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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우성생각)일기

우생일기 : 2017년 11월 4일(토) 11월 4일(토) # 1 요즘 내가 paper working 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로펌에 처음 들어가서 빡세게 일할 때의 70% 수준 정도 된다. 말이 대표변호사이지 아직은 작은 규모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고, 또 대부분 의뢰인들은 주니어 변호사도 일을 담당하지만 내가 직접 깊이 일에 손대주기를 원하고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문서 작업에도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주중에 현업에 몰두하느라 주말에 그냥 쉬었다가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장기적인 프로젝트 준비를 하기 힘들다. 토요일과 일요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점심 시간 이후 사무실에 나와서 밤 10~12시까지는 일을 하고 들어간다. 주말에는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하루 살이 인생만 살 수는 없는 일이니. 책을 읽고.. 더보기
우생일기 : 2017년 11월 3일(금) 11월 3일(금) # 1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배짱”이 필요하다. 의뢰인을 위해 협상전략을 가이드할 경우가 많다. 전략을 가이드할 뿐, 실제 상대방과의 협상은 의뢰인이 직접 진행해야 할 때가 많다. 나야 말로 커튼 뒤의 코치.의뢰인은 전략을 숙지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잘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뢰인의 성향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좀 세게 나오면 쉽게 겁을 먹어버리는 바람에 사전에 디자인해두었던 전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상대방은 우리를 겁주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명백한데도 의뢰인은 ‘진짜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합니까?’라면서 지레 겁을 먹고 그로 인해 전체 스텝이 꼬이게 된다. 판이 깨지기 직전까지는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포커페이스를 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양한 협상 전술도, 본인의 배짱이 뒷받.. 더보기
우생일기 : 2017년 11월 2일(목) 11월 2일(목) # 1 검찰단계부터 시작하면 2년, 법원단계만 8개월 동안 공들여 진행했던 형사사건(업무상횡령/배임)에 대해 오늘 무죄판결을 받았다.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 상대방은 대형 법무법인을 고소대리인으로 선임해서 몇 백쪽에 이르는 고소장을 제출. 나도 처음엔 방어가 힘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뢰인은 계속 억울함을 호소. 워낙 거래 관계가 복잡하고 여러 회사가 연결되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만 몇 달이 걸렸다. 비즈니스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법적인 잣대로만 판단했던 내 잘못을 자책했다. 법도 결국 사회현상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지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법률가들은 자꾸 법의 잣대에 현실을 끼워 넣은 다음 판단하려고 한다. 이 사건은 비즈.. 더보기
우생일기 : 2017년 11월 1일(수) 11월 1일(수) # 1 내일 중요한 사건 판결 선고가 예정되어 있어 일이 손에 안 잡힌다.2년째 싸우고 있는 형사건인데…어떤 결과가 놓을지 조마조마하다.무죄 선고율이 통상 15% 미만이기에, 더욱 걱정이다. # 2 책건문 : 세스고딘의 이카루스 이야기 중에서 산업가들은 묻는다."여기에 어떤 위험요소가 있을까?" 또는 "지금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이렇게 묻는다. "정말로 안전할까?"반면 아티스트들은 이렇게 묻는다."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또는 "모든 걸 변화시키고 강력한 영향을 미칠 기회를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이렇게 묻는다."정말로 흥미로울까?"캐시디 데일이라는 작가는 사람들을 기사와 정원사로 구분한다.여기서 기사(.. 더보기
우생일기 : 2017년 10월 31일(화) 10월 31일(화) # 1 그래도 낭만 한 스푼! 예전에 시월의 마지막 밤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멋드러지게 부르며 옛 인연을 생각해 보는 낭만에 젖곤 했는데, 자영업자의 삶을 살다보니 마감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부닥친다. 특히 이번 시월은 영업일이 20일도 안 되기에 흠흠…사정이 좋은 큰 회사들만 의뢰인으로 있다면 수금에 문제가 없겠으나 사정이 어려운 의뢰인들도 있다 보니 진행해야 하는 일은 급하고. 대신 비용은 당장 입금이 힘들고. 대부분 법률적 조치는 골든타임이 있기에 그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 일단 일부터 시작하자며 후배들을 독려해서 일에 돌입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입금이 안되어 회계팀에서는 울상이고.모쪼록 11월에는 의뢰인들 사정이 좀 많이 나아져서 미수금도 정리해 주시면 고맙겠다는 마음.. 더보기
우생일기 : 2017년 10월 30일(월) 10월 30일(월) #1 리스크에 대한 조언의 어려움 뭔가에 빠지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어렵다.누군가의 제안이 아주 매력적이다. CEO는 진행하고 싶다. 하지만 스탭들은 위험성을 지적하며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보자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만나게 된 자리는 내게는 꽤 부담스럽고 껄끄럽다. CEO는 이미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스탭들의 지적은 사업의 큰 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내공 낮은 이의 걱정이라 생각될 뿐이다 . “리스크 없는 승리가 어디 있나? 리스크 있는 곳에 먹을 것이 있단 말야.” 사실 나도 고민된다. 리스크 제로인 사업은 없다. 리스크를 뚫고 헤쳐 나가는 것이 사업가가 할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제안이 주는 매력에 취해(마치 그리스 신화의 요정 사이렌의 노래 소리에 취해 폭풍우 속으로.. 더보기
우생일기 : 2017년 10월 29일(일) 10월 29일(일) # 1 책건문 : 세상과 소통하는 힘 – 주역 는 이렇게 시작한다. “예로부터 이를기를, 천하대세란 나뉜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또 반드시 나누어지는 법이라.” 중국역사가 그러하다. 거대 제국 주나라가 이루였다가 혼란기인 전국시대가 오고, 진나라로 통일되었다가 멸망한 뒤 혼란기 속에서 초나라와 한나라가 다투고, 한나라로 통일되었다가 다시 흩어지니 는 바로 이 즈음의 이야기다. 중국의 역사만 그러할까.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흥망성쇠, 실패와 승리도 그러하며, 가득 차고 비워지는 자연의 모든 현상들도 그러하다. 달이 차면 기울고 해는 뜨면 진다. 봄이 가면 겨울이 오고 낮이 가면 밤이 온다. 이렇게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을 강조하는 것이 주역의 세계관이다. 주역에서는 .. 더보기
우생일기 : 2017년 10월 28일(토) 10월 28일(토) # 1 언제든 화해의 물꼬를 틔울 여지를 남겨둬야 서로 죽일 듯 법적 분쟁을 하다가도 극적으로 화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싸움의 중간에 화해하는 것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맞는다고 판단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호적인 관계로 복귀한다. 웃으며 악수도 한다. 내공 있는 사업가는 감정문제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파괴시키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이르기 힘든 경지다.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비즈니스 관련 분쟁을 상담할 때 ‘어느 선을 넘지 말라’고 조언한다. 언제든 화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라는 것. 아무리 사업가라 하더라도 역린(逆鱗)을 공격 당하면 다시 이성적으로 돌아오기 힘들다. 변호사는 글래디에이터처럼 싸워야 하지만 때로는 냉정한 전략가가 되어 싸움의 퇴로까지 마련해 두어야 한.. 더보기
우생일기 : 2017년 10월 27일(금) 10월 27일(금) # 1 올드 마린보이 시사회 후기 어제 김관주 교수님 초청으로 진모영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올드 마린보이’ 시사회에 다녀왔다.다큐멘터리는 아무래도 서사성이 극영화에 미치지 못하고, 유명배우가 출연하지도 않기에 주목도에서 떨어지지만, 전작인 '님아 저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480만 관객이라는 놀라운 스코어를 기록한 진모영 감독의 신작이기에 과연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지 기대가 됐다. 감독은 '우리네 아버지들의 이야기'라고 영화의 핵심 테마를 밝혔다. 가족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머구리 잠수를 하는 주인공 박명호씨(50세)의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다. 주인공이 머구리 잠수를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 첫 장면부터 나도 같이 잠수하는 심정으로 영화에 빨려 들어갔다. 숨죽이며 러닝타임을 통과했.. 더보기
우생일기 : 2017년 10월 26일(목) 10월 26일(목) # 1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과 타성에 젖어서 일을 하는 사람의 차이. 특히 일을 맡겨서 시켜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그러셨지.‘너희들, 앞에서는 다 보여!’ 조직을 운영하다보면 위에서는 다 보인다. 얼마나 성의를 갖고 일을 하는지를. 그런 점에서 자기가 맡은 일에 고민을 하고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조직원을 보면 기특하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그릴 때의 일이다. 벽화는 183평방미터나 되는 대작이었다. 하루는 그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천장 구석에 인물 하나하나를 꼼꼼히 그려 넣고 있었다. 한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이보게,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는 걸 그려 넣으려고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