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화)
# 1 그래도 낭만 한 스푼!
예전에 시월의 마지막 밤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멋드러지게 부르며 옛 인연을 생각해 보는 낭만에 젖곤 했는데, 자영업자의 삶을 살다보니 마감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부닥친다. 특히 이번 시월은 영업일이 20일도 안 되기에 흠흠…
사정이 좋은 큰 회사들만 의뢰인으로 있다면 수금에 문제가 없겠으나 사정이 어려운 의뢰인들도 있다 보니 진행해야 하는 일은 급하고. 대신 비용은 당장 입금이 힘들고.
대부분 법률적 조치는 골든타임이 있기에 그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 일단 일부터 시작하자며 후배들을 독려해서 일에 돌입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입금이 안되어 회계팀에서는 울상이고.
모쪼록 11월에는 의뢰인들 사정이 좀 많이 나아져서 미수금도 정리해 주시면 고맙겠다는 마음이다.
어떻든 시월의 마지막 밤에 이용 형님 노래 없이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 않겠나.
https://www.youtube.com/watch?v=_UFLttlkgec
# 2 책건문 : 장영희 교수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 중에서
1) 귀퉁이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 온전치 못한 동그라미가 있었다. 동그라미는 너무 슬퍼서 잃어버린 조각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여행을 하며 동그라미는 노래를 불렀다. “나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지요. 잃어버린 내 조각 어디 있나요” 때로는 눈에 묻히고 때로는 비를 맞고 햇볕에 그을리며 이리저리 헤맸다. 그런데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빨리 구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힘겹게 천천히 구르다가 멈춰 서서 벌레와 대화도 나누고, 길가에 핀 꽃 냄새도 맡았다. 어떤 때는 딱정벌레와 함께 구르기도 하고, 나비가 머리 위에 내려앉기도 했다.
2) 오랜 여행 끝에 동그라미는 드디어 몸에 꼭 맞는 조각을 만났다. 이제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어 이전보다 몇 배 더 빠르고 쉽게 구를 수 있었다. 그런데 데굴데굴 정신 없이 구르다 보니 벌레와 얘기하기 위해 멈출 수가 없었다. 꽃 냄새도 맡을 수 없었고, 휙휙 지나가는 동그라미 위로 나비가 앉을 수도 없었다.
“내 잃어버린 힉, 조각을 힉, 찾았지요, 힉!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너무 빨리 구르다 보니 숨이 차서 부를 수가 없었다.
3) 한동안 가다가 동그라미는 구르기를 멈추고, 찾았던 조각을 살짝 내려 놓았다. 그리고 다시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몸으로 천천히 굴러가며 노래했다.
“내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어요…”
나비 한 마리가 동그라미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4) <잃어버린 조각 My missing Piece>이라는 이 동화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쓴 셀 실버스타인(1952-1999)이 쓴 것으로 ‘완벽함의 불편함’을 전하고 있다. 사실 특별하게 잘나서 ‘보통’의 다수와 분리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겉보기처럼 그렇게 멋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서 삐뚤삐뚤 구르는 동그라미처럼 조금은 부족하고, 느리게, 가끔은 꽃 냄새도 맡고 노래도 불러가며 함께 하는 삶이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5)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새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별로 ‘특별’하지 않은 가장 보통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슨 특별하게 좋은 일이 일어나거나 대박이 터지거나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누구나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기괴한 일이 없고, 별로 특별할 것도, 잘난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 서로 함께 조금씩 부족함을 채워 주며 사는 세상 – 개인적 바람은 우리 어머니 건강이 갑자기 좋아지진 않더라도 보통쯤만 유지하고, 특별히 인기 있는 선생이 되지 않아도 보통쯤의 선생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고, 나의 보통 재주로 대단한 작품을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진리를 위해 존재하는 문학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다면, 내게는 보통이 아니라 아주 특별하게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송골매 : 이가빠진 동그라미
https://www.youtube.com/watch?v=NFVZE4LsgCg
# 3 책건문 : 곁에 두고 읽는 니체 – 사이토 다카시 –
1) 두려움이나 소심함, 우유부단함 같이 어른이 되면 마음에 달라붙게 되는 정신의 때를 깨끗이 털어내 주는 게 바로 니체의 철학이다. 살면서 꼭 곁에 두고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니체만큼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 날마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철학을 말한 사람도 없다. 헤겔의 철학 이론은 학문적인 지식과 사상을 통합하는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다가온다. 칸트는 인간 이성의 구조를 알아내기 위한 치밀한 통찰에 집중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순발력 있게 활용하기엔 너무 장엄하다.
3) 기독교나 불교가 가르치는 진리는 마음에 새겨 평생의 좌표로 삼기에는 좋지만, 일상생활에서 행동의 지침으로 삼기에는 다소 어려운 거대담론이다. 이 종교들은 자기반성적인 가르침에 기초를 두고 있어 세상을 살아가는 실제적인 가치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4) 현대인들은 누구나 정신 없이 바쁜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곳곳에서 높다란 장벽과 난관을 만나고, 시시때때로 온갖 형태의 어려움이 봉착하면서 세월의 무게에 대책없이 휘둘리기도 한다. 바로 그럴 때 니체를 만나기 바란다.
5) 니체는 아포리즘을 특징으로 하는 사상가다. 핵심과 본질을 함축한 촌철살인의 잠언들은 독자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히고, 마음에 엉겨 붙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단번에 흔들어 깨워 새로운 관점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나에게 니체의 철학 사상은 삶의 현장 곳곳에서 새로운 시야와 활력을 가져다 주는 참고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하지만 니체의 철학은 단지 읽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니체의 가르침을 실생활에 적용하여 피와 살이 되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니체 활용법’이다.
6) 이 책은 니체의 사상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중심으로 하여 그 밖에 다양한 니체의 저서들을 곁들이고, 여기에 매일같이 니체라는 강풍을 기꺼이 맞아온 나의 경험담을 결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 4 고전 문장
1)
고요한 뒤에야 능히 안정이 되며
안정된 뒤에야 능히 생각할 수 있고
깊이 사색한 뒤에야 능히 얻을 수 있다.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여이후능득
- 대학 -
여기서 정 靜, 안 安, 려 慮, 득 得은 수양의 과정을 대표하는 용어.
2)
靜坐, 然後知平日之氣浮 정좌, 연후지평일지기부
守默, 然後知平日之言躁 수묵, 연후지평일지언조
省事, 然後知平日之費閒 성사, 연후지평일지비한
閉戶, 然後知平日之交濫 폐호, 연후지평일지교람
寡欲, 然後知平日之病多 과욕, 연후지평일지병다
近情, 然後知平日之念刻 근정, 연후지평일지염각
조용히 앉아본 뒤에야 평소에 기운이 들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고,
침묵을 지켜본 뒤에야 평소에 말이 많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을 조금 줄인 뒤에야 평소에 한가로움을 잃고 지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문을 닫아둔 뒤에야 평소에 출입이 너무 많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욕심을 줄인 뒤에 평소에 얼마나 탐욕스러웠던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지내본 뒤에야 평소에 얼마나 각박하게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 진계유陳繼儒 (명나라 때 문학가겸 서화가)《안득장자언安得長者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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