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목)
# 1
검찰단계부터 시작하면 2년, 법원단계만 8개월 동안 공들여 진행했던 형사사건(업무상횡령/배임)에 대해 오늘 무죄판결을 받았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 상대방은 대형 법무법인을 고소대리인으로 선임해서 몇 백쪽에 이르는 고소장을 제출. 나도 처음엔 방어가 힘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뢰인은 계속 억울함을 호소. 워낙 거래 관계가 복잡하고 여러 회사가 연결되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만 몇 달이 걸렸다.
비즈니스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법적인 잣대로만 판단했던 내 잘못을 자책했다. 법도 결국 사회현상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지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법률가들은 자꾸 법의 잣대에 현실을 끼워 넣은 다음 판단하려고 한다.
이 사건은 비즈니스에 더 중점을 두고 방어 논리를 풀어나갔다. 당연히 나만큼이나 머리가 굳어 있는 재판부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변호인 의견서도 여러 차례 제출. 절대 미시적으로만 사건을 보지 말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봐 줄 것을 다각도로 호소했다.
오늘 무죄 선고를 받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 사건은 의뢰인에게 너무나 중요했다. 의뢰인에게 축하 난을 보냈다. 승소했다고 의뢰인으로부터 난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내가 보내보긴 처음이다. 그만큼 의미가 있었다.
내가 거시적인 부분을 맡았다면 미시적인 부분은 후배인 이지원 변호사가 담당했다. 수많은 증거를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씨줄과 날줄을 엮어 직물을 짜듯 정교하게 의견서를 써 낸 후배가 없었다면 이 사건의 승소는 불가능이었다.
오늘 점심시간에 전 직원을 모아 놓고 커피 한잔 하면서 ‘일을 할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 하자’는 CDRI spirit을 강조했다. 우리 사무실은 작지만 결코 실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고 했다. 자랑스러운 CDRI 식구들. 오늘 기분 대빵 좋다!
# 2 좋은 문장
"You can learn a little from victory,
You can learn everything from defeat."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고,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패배할수록 더 치열한 되새김, 반추, 복기가 필요한 이유.
승리했을 때 도취하기보다 나의 승리요인과 상대의 패배요인을 파악해보는 것은 대단한 내공이리니.
# 3 고전 문장
<1>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고
마음을 가라앉힘으로써 들뜸을 제어할 수 있으며
관대함으로 편협함을 제어할 수 있고
느긋함으로 조급함을 제어할 수 있다.
靜能制動(정능제동)
沈能制浮(심능제부)
寬能制偏(관능제편)
緩能制急(완능제급)
- 격언련벽 –
<2>
눈이 흐려져서 눈앞이 어른거릴 때는 무엇을 보아도 잘못 보게 되고
귀에 병이 있어 귀울림리 있을 때는 무엇을 듣더라도 잘못 듣게 된다.
마음 속에 어떤 사물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때는 무엇을 처리하든지 잘못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마음이라는 것을 비워두는 게 중요하다.
- 신음어 –
<3>
커다란 공업과 큰 계획은
항상 여유롭게 안정된 사람에게서 나오므로
꼭 바쁘게 살려 하지 마라.
행복한 징조와 커다란 복은
너그럽고 넉넉한 집안에 모여드는데
어찌 남에게 각박하게 대할 것인가.
- 채근담 –
# 4 책건문 – 곁에 두고 읽는 니체
1)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그건 우리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것들을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 속에 없는 것들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2)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는 자기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니체는 지금의 자기가 싫기 때문에 전혀 다른 인간이 되고 싶다면서 현재의 자신을 경멸하거나 스스로에게 반발하는 태도를 가장 경계했다.
“똑같은 것을 대해도 어떤 사람은 거기서 많은 것을 깨닫고 얻어내지만, 어떤 사람은 한두 가지밖에 얻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를 능력차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우리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는 게 아니라 그것에 의해 촉발된 자기 안의 무엇인가를 뽑아내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풍요롭게 해줄 대상을 찾지 말고, 나 스스로가 풍요로운 사람이 되려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의 능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자 풍요로운 인생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즐거운 학문, 니체>
# 5 11월 2일자 팟캐스트 인생내공 : 허영의 결과(feat. 모파상의 목걸이)
-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모를 때의 위험함
- 내 토대에 대한 명확한 이해의 필요성
-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http://www.podbbang.com/ch/12612?e=22443508
# 6 11월 2일자 개념탑재 : 알프레드 테니슨의 이녹 아든(Enoch Arden)
- 테니슨의 아름답고도 슬픈 장편 서사시
- 전해 내려오는 '어부 이야기'를 각색
- 이녹, 애니, 필립의 삼각관계, 그 결말은?
http://www.podbbang.com/ch/13345?e=22443528
끝부분 음악 : 송골매의 '사랑하는 이여 내죽으면'
https://www.youtube.com/watch?v=v7EY5SwjKmc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 크리스티나 로제티-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슬픈 노래 날 위해 부르지 마세요
무덤가에 장미꽃도 심지 마시고
아무 것도 심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슬픈 음악 날 위해 만들지 마세요
무덤가에 백합꽃도 심지 마시고
아무 것도 심지 마세요
푸른 잡초가 무덤 위에서
이슬에 젖을지라도
그대 기억나시면 잊어요
아무 말 말고 잊어요 잊어요
희미한 어둠 속에서
그대가 돌아서 가도
나는 아무 말 없이 웃어요
아무 말 없이 웃어요 웃어요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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