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금)
# 1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한다.
“변호사 생활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승소하면 대우받고 패소하면 욕 먹는 거지. 과정? 물론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건 결과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소송의 결과가 어그러져서 인간관계가 소원해진 사람들이 여럿이다.
이번 주에 승소한 어느 사건.
담당 부장님 왈, ‘변호사님이 승소했다고 문자 주셨을 때 옆에 대표님과 같이 있었거든요. 직원들과 전부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정말 올해 들어 계속 힘든 일만 있었는데, 이번 일은 큰 선물입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는 기분 좋다. 하지만 매번 승소할 수만은 없지 않겠나.
# 2
중요한 사건에서 패소했을 때의 대처방법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자꾸 숨으려 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됨을 배웠다. 패소로 인해 가장 힘든 사람은 의뢰인일 테니.
소송에서 졌다고 의뢰인의 인생이 끝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뢰인은 그렇게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변호사는 그럴 때 ‘지금 이 상황에서 다음을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같이 찾아주는’ 일을 해야 한다. 감정에 정복당한 의뢰인을 다독이며, ‘그 다음’을 이야기해야 한다. 의뢰인의 원망이 무서워 자리를 피해서는 안 된다.
막상 앉아서 차분히 ‘그 다음’을 이야기 하다 보면 새로운 실마리가 잡힌다.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재판을 할 때까지는 승소가 목적이지만, 재판이 끝난 후에는 다시 한 발 떨어져 전체적인 조망을 할 줄 아는 냉정한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언제나 도전해야 하는 일이다.
# 3 책건문 :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리사 크론
1) 인간은 항상 표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 이면에 존재하는 ‘’이유’를 찾는다. 거기에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유를 찾는 일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한다. 바로 호기심이라는 감정이다.
2) 뇌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본능이다. 그리고 그 본능은 우리를 더 큰 가능성으로 이끈다. 그리고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예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도파민 분비로 인한 쾌감까지 맛보게 한다. 독자로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겨나고,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어떤 감정을 갖게 된다. 바로 한 시도 더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급박함(urgency)이다.
3) 첫 페이지에서 독자들이 알아내고자 하는 세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누구의 이야기인가? 둘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셋째, 무엇이 위태로운가.
4) 갈등은 이야기의 생명줄이다. 겉으로는 아주 쉬워 보이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아무 갈등이나 다 갖다 붙여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갈등은 주인공의 여정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첫 문장에서부터 독자는 집요하게 무엇이 위태로우며 그 일이 우리의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끊임없이 탐색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의 여정이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계속해서 위기에 처한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한다. 핵심은, 뭐든 위태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 4 명언
1) 예절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얻는다. – M.W. 몬테규 여사, <서간집>-
2) 공손하지 못한 말은 변명을 허용치 않는다. 예절의 부족은 지각의 부족이기 떄문이다. – W. 딜론 <번역 시론> -
3) 큰 나무는 과일나무보다 더 큰 그늘을 준다. – 이탈리아 격언 –
4) 소인(小人)들에게는 신들도 항상 작은 것을 준다 – 칼리마크스 <미확인 유고> -
5) 위인은 사상을 논하고, 범인(凡人)은 사건을 논하며, 소인은 인간을 논한다. – 미상 –
6) 게를 똑바로 걷도록 가르칠 수는 없다. – 아리스토파네스 <평화> -
7) 정직한 길을 걸어가는 데는, 너무 늦다는 법이 없다. – 세네카 <아가멤논> -
8) 사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 거짓말쟁이가 받는 벌이다. - <바빌로니아 율법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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