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화)
# 1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변호사로 살다 보면 이기고 지는 일은 흔히 발생한다. 어떻게 모든 사건에 이길 수 있으랴. 그럼에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속은 쓰린다.
오늘 우연히 본 컬럼. 마음에 와 콕 박혔다.
중요한 몇 문장을 인용해 본다.
‘바둑에서는 지면 상대와 마주 앉아, 또는 집에 와서 혼자 복기를 한다. 다음에지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패소 후 복기는 어렵다. 패소로 인한 불이익을 내가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다. 나는 패배감, 죄송함, 승소보수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을 뿐이고, 현실의 고통은 의뢰인의 몫이다.’
‘내 옆에 앉은 선배 변호사가 첫 마디를 열었다.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죄송합니다.” 나는 그때까지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배의 사과가 마중물이 되어 의뢰인들이 말을 이었다. 판결에 대한 비판과 아쉬움이었다. 우리는 고개만 끄덕이며 잘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선배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판결에 대한 설명을 했어야 되지 않았는지. 선배는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선고 당일에는 감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사과하고 마음을 헤아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판결에 대한 설명과 비평을 하게 되면 변호사도 사람이다 보니 변명이 나올 수 있어서 의뢰인들이 더 실망하게 되니 되도록 이메일로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라는 조언도 들었다. ‘
‘소한 변호사, 의뢰인은 둘 다 방향 잃은 공격성이 마음에서 꿈틀댄다. 그러한 상황에서 변호사는 겸허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의뢰인으로부터 일체 권한을 위임받은 자로서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가라앉은 진흙탕을 작대기로 긁어 올리듯 변호사의 언행이 경솔하면 의뢰인의 현실상황 판단과 이성에 혼란이 생기고 문제해결은 요원해진다.’
원문보기 :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4194#home
# 2
현재 집필 중인 법률에세이(‘사람의 무늬 – 人文’). 마냥 미뤄두면 빨리 집필하지 못할 것 같아 스스로 족쇄 장착. 예전에 비정기적으로 컬럼을 기고하던 사이트에 ‘1주 2회 기고’를 약속했다. 덜컥! 어쩔 수 없이 매주 2편씩 컬럼을 써야 한다. ‘마감시간’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모티베이션. 오늘 그 첫회가 ‘직썰’ 페이지에 실렸다.
제목 : ‘아들에게 재산을 주고 싶었던 어머니는 '황혼이혼'을 택했다’ http://www.ziksir.com/ziksir/view/5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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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필사 – 칼의 노래(김훈 저) 중에서
P 62 성난 파도와도 같은 한없는 적의(敵意)가 어떻게 적의 마음속에서 솟아나고 작동되는 것인지, 나는 늘 알지 못했다. 적들은 오직 죽기 위하여 밀어닥치는 듯했다. 임진년에 나는 농사를 짓듯이. 고기를 잡듯이, 적을 죽였다. 적들은 밀물 때면 들이닥치는 파도와도 같았다. 물 위에서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가며 파도처럼 달려드는 그 무수한 적병들의 적의의 근본을 나는 알 수 없었다. 그 죽음의 물결은 충(忠)이나 무(武)라기보다는 광(狂)에 가까웠다. 내 마음속의 히데요시는 알 수 없었고 벨 수 없었고 조준할 수 없었다. 가장 확실하고 가장 절박하게 내 몸을 조여오는 그 거대한 적의의 근본을 나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었으나, 내 적이 나와 나의 함대를 향해 창검과 총포를 겨누는 한 나는 내 적의 적이었다. 그것은 자명했다. 내 적에 의하여 자리매겨지는 나의 위치가 피할 수 없는 나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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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명언
1) 당신이 만약 부당함을 앞에 두고 중립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압제자 편에 서있는 것이다. 코끼리가 쥐의 꼬리를 밟고 있을 때 당신이 “나는 중립이다.”라고 말한다면. 쥐는 그 중립적 견해에 감사하지 않을 것이다. - 데스몬드 투투 주교(남아공, 1984년 노벨평화상) –
2) 그대가 원하는 것을 소유하지 않고 존재하도록 하는 것은 행복에 이르는 필수 조건이다. - 버트런드 러셀 –
3) 연애, 직업, 혁명, 이것들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지 못한 채 시작하는 지극한 모험이다. - 장 폴 샤트르 –
4) 자유사상가들이 신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순간부터 정의라는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 알베르 카뮈 – |
# 5 책건문(책에서 건진 문장) : ‘오리진 (김상용 님 저)’ 중에서
1) Respect (존경하다) Re(= 다시) + spect(= see 보다). 이렇듯 존경의 어원은 상대방의 언행에 가동하여 다시 쳐다본다는 의미를 가진다.
2) Problem (문제) Pro(=forward 앞으로) + blem(= blow 던지다) ‘문제’의 어원은 자신 앞에 던져진 사건이나 일 등을 의미한다. 눈앞에 맞닥뜨린 일들은 자신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므로 문제로 인식된다.
3) Patience (인내) Pati(= suffer 경험하면서 고통을 느끼다) + ence(접미사) 생활의 경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통을 잘 지나가게 하는 것. 인내(참을성)의 어원적 의미는 우리가 경험하는 것에서 나오는 고통을 이겨내는 기질을 말한다. 이 단어는 passion(열정)과도 같은 어족(語族)이다. 열정이 있으면 잘 인내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
- 이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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