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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별방송원고

[30회] 직장내공 8 : 실수는 고수를 낳는다

조우성 변호사의 인생내공 팟캐스트 30회 듣기

http://www.podbbang.com/ch/12612?e=22176295




Issue 1 : 조 변호사 실수담



누구에게나 초보시절은 있다. 열정은 충만했지만 경륜과 지혜가 부족하던 그 시절.

지나간 시간은 아름답다 말하지만, 의뢰인의 재산, 나아가서는 인생까지 걸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초보 변호사로서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롯이 1인분 변호사가 되도록 키워준 혹독한 선배들과 아찔한 경험들.

단잠을 자다 화들짝 깨서 두리번거리게 만드는 악몽의 재료를 선사하던 그 시절 추억을 떠올려본다.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군복무(군법무관)를 마치고 부푼 꿈을 안고 로펌에 입사한 것이 1997년 3월.

정상급 로펌에서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뿌듯했다. 누군가가 길에서 “직업이 뭔가요?” 또는 “아, 변호사시군요. 그럼 어느 로펌에서 일하나요?”라고 물어주기 바라던 그 유치찬란한 시절.     



09:00


출근하자마자 비서인 혜민씨가 상쾌한 미소를 띠며 막 내린 커피를 가져다준다.

“변호사님, 오늘 헤어스타일 멋지세요. 호호”

“오, 혜민씨, 굿모닝. 그런데 불안하게도 왜 비행기를 태울까?, 하하”

“오늘 일정표 책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빈틈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은 전장(戰場)에 뛰어드는 용사에게 활력을 준다.      


오전에 회의 하나, 정오에는 P호텔에서 의뢰인과 식사 겸 새로운 사건에 대한 논의, 오후에는 A 회계법인을 방문해서 현재 진행 중인 M&A 협상 진행.     

바쁜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저녁에는 후배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다.


회사 앞 재즈바 가장 좋은 자리로 예약해두었다. 변호사 생활이 어떤지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줘야지. 후배들의 부러워하는 눈빛을 어찌 견딜까나...     



대강 이런 삶이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변호사님! 아까 9시쯤 김 변호사님이 찾으셨단 말예요. 아직 출근 전이라 말씀드리기 그래서 잠깐 화장실 갔다고 그랬어요. 얼른 가보세요.”


“헉. 그래요. 혜민씨. 쏘리...”

어제 새벽까지 준비서면 쓰다 새벽에 집에 가서 잠깐 눈 붙이고 나온다는 게 그만  늦잠을 잤다.


혜민씨가 급히 나를 불러 세우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 머리를 가리켰다.


“변호사님, 거울 보세요. 새 집....”


거울 속에 비친 내 머리칼이 엉켜 어수선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선배 김 변호사가 아침 댓바람부터 날 찾은 걸보니 결코 바림직한 상황은 아닌 것이 분명한데... 김변호사 방으로 달려갔다.     

노크를 하고 들어서자 나를 은근하게 째려보는 김 변호사.


“휴...빨간펜 선생 심정으로 고쳐주려 해도 

어디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 

너 변호사 맞냐?”


어제 내가 검토를 요청했던 준비서면 출력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요새 사법연수원에서는 뭘 배우냐? 

그리고 맞춤법 책 하나 사줄까? 

왜 이렇게 비문(非文)이 많은 거야? 응?”

    

김 변호사 손에서 펄럭이고 있는 준비서면, 저러다가 곧 하늘로 날아오르겠다.


“이런 서면에 우리 로펌이름을 붙여서 내보낸다고? 

우리 로펌 이미지는 어쩌고? 

조 변호사가 책임질래?”


제가 어떻게 책임을 지겠습니까... 이륙하려던 준비서면을 받아들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는데, 선배 박 변호사가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온다.

“조 변호사, 고생 많지? 바빠?”

박 변호사가 웃고 있다. 불안하다.

바쁘다고 솔직히 말해야 하나? 주저하는 사이 박 변호사는 내 어깨에 다정히 손을 올린다.


“영문계약서 검토 건인데, 한번 해볼래?”

영문계약서? 국문계약서라면 몰라도 영문계약서는 아직 해 본 적이 없는데.


“이거 한 건 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아직 경험 없지? 그래서 내가 갖고 왔지. 참고서적들.”

‘영문계약서 검토법’, ‘영문계약서 해제’ 등의 책들을 내 앞에 선물처럼 내려놓았다.


“의뢰인이 내일 오후에 우리가 고쳐준 수정안을 들고 상대방과 협상한다는군. 의뢰인들은 이렇게 항상 여유 없이 던져 준단 말야. 하지만 우린 그걸 해내는거지! 암. 내가 검토해야 할 시간도 필요하니 내일 오전, 아니다. 가능하면 오늘 저녁까지 검토 초안주면 대단히 고맙겠네.”


큰일났네. 준비서면도 빨리 고쳐야 하는데.      


혜민씨의 메모.


'형사팀 최 변호사님이 내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사건 같이 하고 싶다고 연락 왔습니다.'

바로 인터폰이 울렸다.


우리 로펌 군기반장인 최 변호사님. 찌렁찌렁한 음성이 수화기를 튀어나올 듯 하다.


“어이, 조변호사! 드디어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구먼. 이거 IT 관련 사건인데 용어가 너무 낯설어. 내가 알아 봤더니 조변호사가 이쪽을 잘 안다더군. 내일 영장실질심사기일인데 오늘 밤까지 기록검토하고 신문사항을 만들어야 해. 조변호사가 투입되면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지. 하하하!!!”


아.. 내가 왜 입사 때 IT에 관심 많다고 그랬을까.      



선배들이 도저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시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을 제대로 빨리 수행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의 무능함에 더 속이 상했다. 정말 오기가 생겼다. 내가 이 정도 실력밖에 안되나?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결심을 했다.


‘집에 가지 말자!’


사실 집에서 편히 자고 아침에 일찍 나와서 일을 하면 전체 근무시간은 비슷하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전기(轉機)가 필요하다는 자각이 들어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밤을 새거나 잠을 자면서 ‘사무실과 내가 일심동체가 되자’는 야릇한 결론에 이른 것이다.


월. 화, 목, 금요일을 사무실에서 잤다(당시 나는 주말부부)


모든 변호사가 퇴근한 후 내가 츄리닝 입고 사무실 문 잠그고 나면 왠지 내가 사무실의 주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 나쁘지 않았다.     

밀린 일을 하다 새벽 5시쯤 졸음이 밀려오면 의자 두 개 붙여놓고 거기서 잠을 청했다(그때 왜 간이침대 생각을 못했을꼬. 뒤늦은 후회).

6시쯤 되면 청소 아주머니가 온다. 8시 반쯤 되면 비서들이 출근.

비서들이 출근하기 직전에 일어나 급히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다시 내 방에 들어온다.


‘내가 많이 모자란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좀 더 노력해보자. 그래도 못 따라가면 어쩔 수 없지만.’이라고 마음먹었다.



이런 생활은 1년간 계속됐다.

확실히 사무실에서 밤을 보내니 몸은 피곤했지만 몰입도는 강했다. 생각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나의 기행(奇行)을 눈치 챈 선배들은 "집에는 가야지. 몸 상한다."라고 걱정했지만, 그 당시 나는 어떻게든 궤도에 오르고 싶었다. 그리고 조직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내가 작성한 서면에 선배들의 ‘빨간펜’ 자취가 현저히 줄어들 무렵 나는 선배들이 나를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주는 느낌을 받았다. 신뢰를 보여주는 선배들의 눈빛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선배들은 그런 방식으로 후배들을 단련시킨 것일까.      


최근 어느 후배변호사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언제쯤이면 저도 온전한 1인분 변호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아, 나 스스로에게 정말 많이 했던 질문.     


변호사로서 경험이 충분치 않을 때, 정말 가까운 사람이 사건을 맡겨오면 부담스러워 그 사건을 맡지 못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변호사라는 타이틀만 갖고 있을 뿐, 그 사람이 나에게 기대하는 만큼의 실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았으니까.      


하지만 5년쯤 지났을까, 그때부터는 가까운 사람의 사건일수록 내가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내가 할께. 

내가 해서 진다면 다른 변호사가 해도 져.'


그리고 그때쯤이야 어디 가서 '네, 저는 변호사입니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을 수 있었다.     


업무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절대시간’이 필요했는데, 진도가 느렸던 나는 나 만의 방식으로 그 절대시간을 확보하려 발버둥쳤던 것 같다.      


나의 수련장 겸 여관이었던 소공동 신아빌딩 2층 오른쪽 코너에 있던 내 방.

초보 변호사시절 그 방은 내겐 너무나 소중한 추억의 공간으로 기억 속에 잔잔히 남아 있다.     





Issue 2 : 고수의 경지



한 분야에서 20년 정도 내공을 쌓으면 고수가 된다고 한다. 고수는 중수나 하수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낀다.

하기야 1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과 20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분명 다를 것이니.


단순히 외피를 보는 경지(견 ; 見)가 있다면 

이를 꿰뚫어 보는 경지(관 ; 觀)가 있고 

나아가 그 속에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는 경지(진 ; 診)도 있을 것이다.


고수가 되기 위한 길은 멀고도 지난(至難)하다. 

하지만 사물의 이치를 꿰뚫는 고수가 되고픈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10년도 더 된 예전 이야기.     


당시 내가 근무하던 로펌에서는 부서별로 1년에 한 번씩 1박 2일 워크샵을 갔다. 내가 속한 부서는 민사송무팀. 변호사와 스탭 포함 20명이 움직이는 행사다.


그동안은 주로 용인이나 춘천 쪽을 갔는데 이번에는 좀 멀리 다녀오자는 의견이 많아 목적지를 속초로 잡았다. 버스 한 대를 빌려서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첫날.

오후쯤 속초 호텔에 도착해서 간단히 세미나를 진행하고 저녁에는 바닷가에서 싱싱한 회에 술을 곁들이며 팀원들간 친목을 다졌다.      


둘째 날.

대부분 어제 밤 늦게까지 과음을 해서 제대로 아침 밥을 챙겨 먹지 못했다. 총무를 담당한 김 변호사는 A 막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는 계획을 잡았다.


“속초에 오면 무조건 이 집을 가야 합니다. 엄청 유명한 곳이에요.”


예전에 속초를 방문했던 몇 명도 이에 동의했다. 대체 얼마나 유명한 곳이기에 그럴까 하는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버스는 속초 시내를 벗어나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12시가 넘어가자 다들 배가 고팠다.


“아~ 저기다!‘ 

허기진 한명이 창밖을 가리켰다.

“아닙니다. 저긴 짝퉁입니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비슷한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곳입니다.” 김 변호사가 가이드처럼 말했다.     


좀 있다 다른 허기진 한 명이 다시 소리쳤다.

“오~ 저기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손을 저으며 “아쉽게도 아닙니다. 짝퉁 2입니다. 하하하.”


사람들은 짝퉁이 아닌 진짜 A 막국수 집을 간절히 기다렸다.          

시골길을 한참 들어가다보니 큰 주차장에 수십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A 막국수집에 도착했다.


두둥!

성지(聖地)에 도착한 순례자의 기분이 이랬을까.


우리는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아, 그러나 또다른 고난의 관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식당관계자가 대기표를 나눠줬다. 대기번호는 팔십 번 대.


‘대체 얼마나 맛있가에 이 정도냐 정말.’

불만과 기대가 뒤섞인 사람들의 반응.     


입맛을 다시며 20분 남짓 기다린 후에 우리는 식당 내 별실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메뉴는 막국수와 메밀전, 녹두전이 전부였다.      


벽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친필 사인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었다. 자체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었다, 유명하긴 유명한가 보구나. 마케팅 감각도 있고...     



좌장격인 선배 최 변호사가 서빙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정말 장사가 잘 되네요. 밖에서 기다리느라 배고파 죽겠습니다.”     


그러자 직원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원래 이렇게까지 밀리지 않는데 두달 전에 주방장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주방이 좀 정신이 없어서...”     


최 변호사는 20년차 고참 변호사.


얼핏 봐서는 어딘가 약간 나사가 빠진 듯 헐렁하게 보이는데 준비서면 논리구성이 탁월하고,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법정에서의 예리한 반대신문 기법이 아주 뛰어나다. 후배들 사이에서는 우리 로펌의 3대 천재 중 한 분으로 통한다.     


최 변호사는 다시 직원에게 물었다.     


“서울에 지점 같은 거 없나요? 지점 내도 아주 잘 될 거 같은데.”


“사장님이 예전에 전국 여러 곳에 지점을 낼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그 뒤로 진행이 안 된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 집이 맛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배가 심하게 고파서 그랬는지 정확히 분간은 안 되지만 하여튼 진한 감동 속에서 막국수를 먹었다.      




서울로 복귀하는 버스 안. 다들 곯아떨어졌다. 


나도 잠을 청하고 있는데 최 변호사가 나를 불렀다.     


“조 변호사. 속초까지 왔다 그냥 가면 섭섭하잖아. 안 그래? 

내가 뭐 하나 얘기해 줄 테니 

메모했다가 오늘 밤이나 내일 좀 처리해줄래? 

조 변호사가 그나마 믿음직해서 시키는 거야.”     


우잉... 워크샵까지 와서 일을 시키다니. 


나는 순간 우울했지만 그래도 선배가 눈치 채지 않게 해맑은 미소와 감사하다는 눈빛으로 최 변호사의 지시사항을 적었다.     


메모를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사람 머릿속엔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셜록 홈즈다 이 정도면, 진짜...’     





나는 집에 돌아와 잠시 쉰 다음 선배가 내준 숙제를 처리했다.

인터넷에서 A막국수 홈페이지를 찾았다. 홈페이지 메뉴 중 ‘관리자에게 메일보내기’를 클릭했다. 그리고는 선배가 가르쳐 준 내용을 중심으로 메일을 작성했다.     


<이 글을 사장님께 꼭 전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법무법인 000에 근무하는 조우성 변호사라고 합니다. 이번에 회사 워크샵으로 속초에 갔다가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감동이었습니다.     


오늘 식당을 방문하면서 제가 몇 가지 느낀 것이 있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비슷한 상호 문제     


주위에 비슷한 이름의 국수집이 많던데, 처음 오는 손님들은 헷갈리겠더라구요. 이처럼 유명한 상호를 비슷하게 따라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라고 한답니다. 이런 부정경쟁행위는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법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어요. 그 법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비슷한 상호를 사용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을 보내서 사용을 중지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둘째, 직원 퇴사로 인한 제조방법, 양념 등의 유출 위험 문제     


귀 음식점의 독특한 요리법, 양념은 다른 집에서 따라 하기 힘든 독특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것들은 ‘영업비밀’로 보호할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를 만드는 방법을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은 코카콜라 내부적으로 그 비법을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비밀로 제대로 보호해 놓으면 주방에 있던 직원이 퇴사하고 나가 비슷한 조리법을 사용할 경우 이를 법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도 위에서 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대신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절차가 좀 까다롭고 직원들로부터 서약서 등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 프랜차이즈 사업화 문제     


귀 음식점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지점 형태로 진출하면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있을 것 같더군요. 그런데 프랜차이즈 사업화 하려면 아주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지켜야 한답니다. 그 근거법률이 바로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입니다.


저희 사무소는 00 치킨, 00 피자 등의 프랜차이즈 컨설팅을 담당했습니다. 혹시 프랜차이즈 사업화에 관심이 있다면 연락주시면 도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연락처는 0000입니다.    


선배의 말을 뼈대로 삼은 뒤 내가 내용을 조금 덧붙였다.

메일을 받고 막국수집 사장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심 궁금했다.     



바로 다음 날 나는 A막국수집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의 첫마디     


“아니 어쩌면 그렇게 귀신같이 제 고민을 알고 계십니까?”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주방장의 이탈에 따른 영업비밀 유출의 위험성이었다. 아울러 또 다른 직원의 유출도 걱정스럽다는 것.


유사상호 문제는, 자기네가 상표권을 갖고 있지 않아 아무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상표의 문제가 아닌 부정경쟁의 문제로 대처할 방안이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는 것.


프랜차이즈 부문은 주위에서 자주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 고민 중이었는데 내 메일을 받고 제대로 시작해 보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했다.     


최 변호사와 나는 A막국수 사장의 의뢰를 받아 몇 가지 업무를 처리했다. 일을 처리하다보니 계속 요청이 들어와 법무 자문비용을 꽤 받을 수 있었다.     


최 변호사는 그 수입금은 속초 워크샵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이를 다시 팀 워크샵에 쓰자고 했고, 덕분에 그 해 겨울 우리는 추가 워크샵을 용평으로 갈 수 있었다.     


고수의 한 수는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