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인생내공 팟캐스트 29회 듣기
http://www.podbbang.com/ch/12612?e=22176282
Issue 1. 취업준비생에게 드리는 조언
< 중소기업 CEO들이 호소하는 부분들>
1. 중소기업 CEO들이 신입직원 구인과정에서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예가 많은데, 많이 거론되는 케이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면접일에 연락도 없이 약속펑크, 그 이후 연락두절
2) 면접 후에 갑자기 연락 두절
3) 연봉협상 시 "부모님과 의논해 보겠다"라고 하고, 그 뒤에도 계속 부모님 의견을 거론함.
4) 수습기간에 나오다가 갑자기 안나오고 연락두절, 부모님을 통해 연락옴.
2. 의외로 위 1)~4) 사례가 많은가 봅니다.
3. 이를 구직자 입장에서 본다면, 구직과정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예의를 갖추어 회사를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은, 다른 이에 비해 확실히 차별화될 것 같습니다.
'실력'이야 당장 알 수 없는 항목이지만, '태도'라는 부분은 금방 눈에 보이니까요.
사회에서 알게 된 후배. 미국에서 유학하고 와서 직장을 구하는데 만만치 않았습니다. 컨설팅 펌에 취직하려고 여러차례 노크 중이었는데 거절 당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3달전에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그 후배에게 '회사로부터 거절통지가 오면 어떻게 하냐?'라고 물어봤더니 '어떻게 하긴요. 거절통지 받고 기분 좋을 리가 있나요?'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러지 말고, 거절을 한 회사 담당자에게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봐.'라고 조언했습니다.
'무슨 메일을 보내란 말이죠?'
'좀 낯간지럽긴 하지만 a. 네 이력서를 검토해줘서 고맙다. b. 취업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쉽다. c. 앞으로도 시장에서 훌륭한 회사로 멋진 명성을 계속 들을 수 있길 바란다... 라는 내용으로 진지하게 써봐.'
후배는 그 후 제가 시키는 대로 자신이 지원했다가 낙방한 컨설팅 펌 담당자에게 장문의 감사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 그 컨설팅 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혹시 다른 곳에 취업하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로 오지 않겠는지? 그 편지를 받고 인사담당자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의뢰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한 우리 컨설팅 펌에서 귀하와 같은 사람이 오면 좋겠다. 이번에 신규 부서를 하나 만드는데 합류할 수 있겠는지?'
그 후배는 지금도 그 회사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거절을 당했을 때 남들과 다르게 접근한 후배.
차별화를 보여준 것입니다.
Issue 2. 의지만으로는 설득을 완성할 수 없다
<인용문>
군주와 소원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 불과하면서, 군주 가까이에서 총애받고 신임받는 자와 겨룬다면 객관적으로 이길 승산이 없는 것이다.
신참의 몸으로 오래도록 친숙한 자와 겨룬다면 객관적으로 이길 승산이 없다.
군주의 의향에 거슬리는 처지에서 군주의 호- 불호 정서를 같이 하는 자와 겨룬다면 객관적으로 이길 승산이 없다.
세력 없고 낮은 신분으로 세력 있고 귀한 신분과 겨룬다면 객관적으로 이길 승산이 없다.
오직 혼자만의 입을 가지고, 온 나라가 칭송하는 자와 겨룬다면 객관적으로 이길 승산이 없다.
이처럼 처음부터 조건상 결코 이길 승산이 없고 둘이 함께 존립할 수 없는 정세라면 그 진언을 하는 자가 어찌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없는 죄과를 거짓으로 씌울 수 있는 자는 공법(公法)으로 주살해 버릴 것이며,
죄과(罪果)를 씌울 수 없는 경우에는 자객의 칼로 목숨을 끊어 버린다.
- 한비자 고분(孤憤) 편 중에서 -
<나의 생각>
한비자는 아무리 좋은 의도와 정책을 갖고 있어도 군주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은 외롭게 버림받을 것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한다.
진시황이 읽고 감탄해서, 반드시 한비자를 보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 ’고분(孤憤)’이다.
옛날에 탕왕(湯王)은 훌륭한 성인이고 이윤(伊尹)은 뛰어난 지자(智者)였습니다. 그 뛰어난 지혜로 무려 70회나 설명드렸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솥과 도마를 들고 주방일을 맡아 가까이에서 친숙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탕왕이 그 현명함을 알고 등용하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뛰어난 지혜로 훌륭한 성인을 설득해도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데에 이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윤이 탕왕을 설득했던 경우를 가리킨 것입니다.
- 난언(難言) 편 중에서 -
※ 이윤 – 탕왕 때의 재상, 하(夏)왕조를 타도하고 은(殷)왕조를 새로 여는 데 공이 컸음.
● 생각
한비자의 이 대목을 읽고, 혹시라도 ‘야, 이거 너무 교활한 거 아닌가?’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비자는 대단히 현실적인 지적을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진 신하가 그 좋은 뜻을 전달하려 해도, 리더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뛰어난 이윤 역시 ‘논리로서의 설득’이 먹혀들지 않자, 스스로 몸을 낮춰 요리를 배운 후 ‘요리사’로서 맛있는 음식으로 ‘왕과 친숙해 진 후에서야’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정책과 뜻을 왜 몰라 주는 거요?’라고 리더를 비난하는 충신. 자신의 몸을 낮추더라도 리더의 마음에 들게 한 후 충언을 하는 충신. 한비자는 힘든 길을 통해서라도, 훌륭한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리더로 하여금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노력을 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결국, 설득을 위해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Ethos가 중요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과 한비자의 비유는 괘를 같이 하는 것이라 본다.
Issue 3. 실수를 했을 때는 그 이후가 중요하다 – 실수가 오히려 기회
K는 청년 창업가인데, 우연히 어떤 모임에서 알게 되어 안면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여덟시쯤 K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변호사님, 그 때 00대학교 000교수님과 친분이 있으시다고 하셨죠? 현재 저희가 수주를 추진하는 정부 과제 관련해서 000교수님이 key man 이라는 정보가 있어서 그러는데요, 제게 연락처를 가르쳐 주시고 그 분께 말씀 전해 주시면, 제가 연락 드려서 한번 찾아뵙고 저희 회사 소개를 좀 드리고 싶은데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저는 그 전화를 받고 상당히 언짢았습니다.
우선, K와는 두번 만나서 간단히 인사만 나눈 사이일 뿐, 아직 그 회사 내용을 잘 모르는데, 다짜고짜 자기 회사 비즈니스 관련해서 누구를 소개해 달라는 것이 그랬고,
분명 000교수가 심사위원의 입장이라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이러한 비공식루트를 통해 응모자와 만나는 것은 대단히 부담스러울텐데 그런 고려도 없이 무작정 부탁하는 것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 그 일은 좀 민감한 사안 같기도 하고, 제가 아직 K사장 회사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바로 소개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나마 나쁘지 않았던 K에 대한 인상은 완전히 구겨졌고, 앞으로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 뒤에 K로부터 장문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내용인 즉슨 이랬습니다.
1) 이틀 전에는 정말 죄송했다.
2) 사실 신규 투자를 위해서는 이번 국책 과제를 따 내는 것이 너무 중요했다. 현재 자금 사정이 너무 안좋은 상황에서 어렵게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000교수인 것을 알았고, 지난 번 사석에서 조변호사께서 000교수와 친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나자, 앞뒤 가리지 않고 전화를 드렸던 것이다.
3) 그런데 막상 전화를 끊고 보니, 자신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그리고 조변호사께서 얼마나 입장이 난처했을 것인지, 그제서야 생각이 들었다.
4) 노루를 쫓다보면 산을 보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제가 그 때 워낙 급했기 때문에 본인 생각만 하고 조변호사님을 힘들게 했다.
5) 오히려 그렇게 거절해 주셔서, 제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6) 아직 패기 뿐이고, 수양이 덜 된 후배가 저지른 잘못을 널리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막상 이 매일을 보고 나니, K에 대한 불편했던 마음이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그래, 사람이 급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로부터 두달 뒤, 저는 자연스럽게 K와 000교수의 식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미 K가 말하던 국책과제는 다른 회사에서 수주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000교수에게 K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내가 아주 아끼는 후배일세, 훌륭한 친구라구. 앞으로 동생처럼 생각하고 많이 가르쳐주게나.'
그 뒤 우리 세명이 참여하는 식사자리를 2번 정도 더 가졌고, 그 이후 000교수와 K는 좋은 선후배 사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K의 사업에 대해 000교수가 좋은 조언을 많이 해줘서 실질적인 도움도 얻었구요.
결국 K는 처음에는 경솔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 다음 대응을 잘 했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은 것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상황에 몰리다보면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할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뒤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그 실수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K를 통해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Issue 4. 후배의 성향을 감안한 업무지시법
법률사무소가 크든 작든 선배 변호사는 후배 변호사들과 협업을 해야 한다. ‘로케터’라면 후배 변호사의 ‘성향’을 고려한 업무지시나 협업요청을 해야 할 것이다. 그 노하우를 공자님으로부터 배워보자.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좋은 말을 들으면 곧 실천해야 합니까?”
그러자 공자는 답했다.
“부모형제가 있는데 어찌 듣는 대로 바로 행하겠는가? 신중해야 한다.”
다음에 염유가 같은 질문을 하자 공자가 대답했다.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공서화가 물었다.
“스승님은 왜 자로와 염유가 각자 같은 질문을 했는데도 서로 다른 대답을 하십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염유는 소극적인 성격이라 적극으로 나서도록 독려한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 오히려 신중을 기하도록 하기 위해 자제를 시킨 것이다.”
논어 선진(先進)편에 나오는 유명한 대목이다.
선배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에게 어떤 소송사건의 ‘준비서면’ 작성을 지시한다고 치자. 후배의 성향에 따라 지시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1) A변호사에게 지시할 때
“내가 볼 때 이 사건의 쟁점은 이러저러하니, 이런 목차로 써 보면 어떨까? 내가 목차 초안을 만들어 봤어. 이 목차를 기초로 살을 붙여서 완성해 보자구.”
☞ A변호사는 선배에게 지적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지적을 받으면 위축되는 내성적인 성향의 소유자이다. 이 경우 선배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잡아주어 후배가 안정적으로 일처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좋은 결과들이 누적되면 후배의 자신감과 쟁점 파악능력은 서서히 높아질 것이다.
(2) B변호사에게 지시할 때
“자네가 논리를 만들어서 한 번 작성해봐. 참! 반드시 6월 10일 오전 11시까지 내게 제출해주게. 마감시간 잘 기억하고. 그 이후에 내게 주면 내가 검토할 시간이 없으니 그 점 명심하고.”
☞ B변호사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다보니 마감시간을 넘기는 일이 많다. 이 경우에는 마감시간을 명확히 설정해주고, 그 준수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3) C변호사에게 지시할 때
“서면 작성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목차 초안을 만들어서 나와 상의하자구. 목차를 나랑 확정한 다음에 서면을 쓰는 게 좋겠어. 목차 초안은 내일 오전까지 구상해서 보고하길.”
☞ C변호사는 일에 대한 자신감은 있지만 아직은 쟁점 파악 능력이 떨어지고 경험도 많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C변호사 스스로 문서의 ‘완성본’을 작성하려 한다면 시간도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나중에 선배가 대폭 수정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배가 ‘목차를 정하는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목차를 선배가 직접 작성해주면 후배의 업무역량을 키울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목차는 후배 스스로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리더십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나는 풋내기가 지휘하는 사자들은 무섭지 않다. 다만 사자가 지휘하는 양들이 더 무섭다.’
후배들이 양들이라고 낙담해 하지 말라. 여러분이 사자가 되어 양들을 독려하고 성장시키면 될 일이다. – 필리포스 2세
Issue 5. 사소한 예절
전 직업상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처음보면서 그 사람이 보여주는 몇 가지 행동들로 인해 그 분의 인상이 좌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순전히 제 기준으로 몇가지 detail한 부분들을 거론합니다.
1. 식사 후 디저트가 나왔을 때
식사 끝나고 나면 접시에 과일 몇쪽 놓고 포크 몇 개를 얹어서 준다.
그 때 포크로 각 과일을 꽂아서 사람들 앉아있는 위치로 돌려 놓는 사람이 있는데, 참 예의바르게 보인다.
2. 인사나눌 때
머리를 건성으로 꾸벅 하는 사람은 참 성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다리를 붙이고, 두 손을 옆구리 쪽에 붙인 상태에서 목례를 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아버님이 "어른들에게 인사는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맨날 말씀하시던 그 자세다. 훨씬 믿음직하고 신뢰가 가 보인다.
3. 접대위해 손님 모시고 식당이나 술집 갔을 때
접대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잘한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식당 종업원이나 술집 웨이터 등을 마구 닥달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접대받는 사람에겐 아주 상냥하게 하고.
아주 2중적으로 보인다. 약자에게 강한 모습 보이는거 같아서 거부감도 든다.
오히려 식당 종업원이나 술집 웨이터에게 상냥하게 예의를 갖춰서 대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 더 좋아보인다.
4. 전화 끊을 때
특히 손윗사람이랑 전화하면서 먼저 탁 끊는 것은 안된다. 이런 부분에 대단히 민감한 분들이 많다. 나도 그런 경험을 당해보면 기분 별로다. 각별히 유의.
5. "나"또는 "내"라는 표현
별로 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화 중에 자기를 지칭하면서 "내가", "나는" 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이 있다. 근데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습관일 수 있는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6. 미팅을 마치고 회사 돌아와서
그 날 만남에 대해서 좋았다는 취지의 간단한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아주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 더욱이 이메일을 보내면서, 대화 내용 중 상대방이 언급한 사항에 대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attach해 주면 상대방은 감동하게 된다.
내 속에 정말 좋은 것들이 들어 있어도 사소한 행동 때문에 마이너스가 되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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